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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許生)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의 소설 허생전(許生傳)의 주인공으로, 옛날 묵사동천(墨寺洞川)이 흐르는 남산 기슭의 묵적골에 은둔해 살았다는 인물이다. 묵적골은 현재의 묵정동으로 추정된다.
허생은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집에 살면서도 글읽기만을 좋아해 아내의 삯바느질로 겨우 살림을 꾸려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굶주림에 지친 아내가 공부만 하는 그를 타박하며, 기술도 없고 장사 밑천도 없으니 도둑질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다그쳤다. 이에 허생은 10년 공부를 마음먹었으나 7년 밖에 채우지 못했다고 탄식하며 집을 나서게 되었다.
그리고는 한양 제일의 부자인 변씨를 찾아가 다짜고짜 돈 1만 냥을 빌려 안성(安城)과 제주도로 내려가 매점매석(買占賣惜)으로 100만 냥을 벌었다. 이렇게 큰돈을 벌게 된 허생은 그 돈으로 변산(邊山)에 있는 도적 1,000명을 데리고 무인도로 들어가 이상국가를 성공적으로 시험하였다. 도적떼가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한 뒤 섬을 떠난 허생은 그 돈으로 나라 안을 돌아다니며 가난한 사람과 의지할 데 없는 자들의 구제에 힘썼다. 그러고도 10만 냥이 남자, 그 돈을 모두 변씨에게 주었다. 이에 변씨는 수년간 허생의 살림살이를 보살피며 그와 두터운 정을 쌓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변씨의 소개로 어영대장(御營大將) 이완(李浣)이 청나라를 치기 위한 조언을 구하고자 허생을 찾아왔다. 허생이 세 가지 계책을 이완에게 알려주었으나, 이완이 양반의 체면과 이익 때문에 할 수 없다고 거절하자 그를 크게 꾸짖고는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흔히 남산골 샌님이라고 하면 실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책만 들여다보고, 경제활동에는 무능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예전의 선비들은 과거를 위한 글읽기에만 몰두한 것이 아니라 경제·수학·과학·지리학 등에도 해박하였다. 허생이 보여준 경제적 감각이나 경세(經世)전략은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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