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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세운교는 서울특별시 종로구 장사동 세운전자상가와 중구 산림동 청계상가 사이에 놓인 인도교이다. 다리 길이는 19.5m인데, 폭은 50m에 달한다.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사이의 청계천을 거의 복개하듯이 콘크리트 슬래브로 덮어서 평지로 연결하였기 때문이다. 양쪽 가장자리에는 유턴만 가능한 차도가 하나씩 열려 있다.
지금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지만 한때 세운상가는 꿈의 프로젝트였다. 1967~1972년 현대상가 건립을 시작으로 세운상가·청계상가·대림상가·신성상가·진양상가 등 8층 규모의 최첨단 상가 빌딩들이 종로3가에서 충무로까지 서울 도심을 남북으로 가르며 줄줄이 솟아올랐다. 당시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김현옥 서울특별시장은 기공식에서 “세계의 기운이 이곳으로 모이라는 취지에서 ‘세운(世運)상가’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긴 벨트형 상가를, 종전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순식간에 지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 자리가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의 일이다. 제2차세계대전 막바지에 미국은 도쿄에 총 2,400t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도쿄의 주택은 대부분 목조가옥이어서 특히 화재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였다. 그래서 마련한 대책이 ‘소개공지(疏槪空地)’ 전략이었다.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일정한 공간을 그냥 텅 비우는 것이다.
일본은 식민지 조선의 주요도시에도 소개공지를 만들었다. 종묘에서 충무로까지 폭 50m, 길이 1㎞가 넘는 세운상가 부지가 이렇게 태어난 것이었다. 6·25전쟁 이후 피난민이 몰려 불법 판자촌을 형성하였는데, 이 일대 2,200여 무허가건물을 모두 철거한 사람이 바로 김현옥 시장이었다. 4만 3,000㎡의 공지에 A, B, C, D지구로 구획을 나누어 주상복합단지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세운상가 주상복합단지는 최첨단 하이테크 프로젝트였다. 당시 대표 건축가였던 김수근(金壽根)이 설계를 맡아 1~4층은 상가, 나머지 층은 주거공간으로 배치하였다. 유럽식 ‘ㅁ’자 형태의 중정(中庭) 구조, 옥상정원, 일부 천장의 투명화, 엘리베이터 도입, 상가 사이 공중보행교 설치 등으로 연일 화제가 만발하였고, 장관·국회의원 등 저명인사들이 앞다투어 입주하였다. 그러나 부실공사가 문제가 되었다. 3층의 공중보행교는 절반쯤 만들다 말았고, 투명 천장과 옥상의 인공정원도 생략되었다. 복개한 청계천이 썩어가면서 냄새도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명인사들이 떠나고 주민이 물갈이되면서 일대가 점점 낙후되어갔다.
그런데 워낙 길목이 좋다보니 상가는 계속 번성하였다. 그러다가 1987년 용산전자상가가 생기면서 세운상가도 쇄락의 길로 접어든다. 건물의 노후화와 안전문제도 제기되었다. 서울특별시는 1995년 상가를 철거하고 일대를 공원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엄청난 보상비용에 막혀 계획을 철회하였다. 청계천 복원사업의 영향으로 2008년 현대상가를 철거하고 폭 50m, 길이 70m, 면적 3,748㎡의 ‘세운초록띠공원’을 조성하였는데, 역시 엄청난 보상비용이 문제가 되어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 효경교(孝經橋)가 서 있었다. 조금 동쪽 아세아전자상가 부근으로 짐작되는데, 일대에 소경이 많이 살아서 ‘소경다리’ ‘맹교(盲橋)'로 불리던 것을 순화하느라 개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효교(孝橋)’ ‘영풍교(永豊橋)’로도 불렸다. 일제강점기에 콘크리트 다리로 개축되었는지 청계천 복개 때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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