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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德壽宮)은 임진왜란으로 피난을 갔던 선조(宣祖)가 1593년 한양으로 돌아와 임시거처로 삼았던 행궁(行宮)이다. 선조가 이곳에 머물 당시에는 정릉동행궁(貞陵洞行宮)이라 하다가, 광해군(光海君)이 경운궁(慶運宮)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896년에 러시아공사관으로 잠시 거처를 옮긴 고종(高宗)은, 1897년에 경운궁으로 환궁을 하고 대한제국(大韓帝國)을 선포하면서 경운궁은 정궁(正宮)이 되었다. 이후 1907년 고종이 순종(純宗)에게 양위(讓位)하고 고종의 장수(長壽)를 빈다는 의미로 정궁인 경운궁에 ‘덕수’라는 궁호를 붙여 덕수궁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덕수궁 자리는 원래 성종(成宗)의 형인 월산대군의 사가(私家)였다. 그 후 임진왜란으로 한양이 황폐화되고 궁궐이 소실되자, 피난을 갔다 온 선조는 월산대군의 증손인 양천도정(陽川都正) 이성(李誠)이 살던 이곳을 시어소(時御所)로 정하고 주변지역을 편입시켜 행궁의 위상에 걸맞은 궁역을 확보했다.
1611년 창덕궁(彰德宮)을 보수공사한 후에 광해군은 창덕궁과 경운궁을 오가며 지냈는데, 1618년 인목대비를 폐위시켜 이곳에 유폐시켰다. 그러다가 1623년 반정으로 즉위한 인조는 경운궁에서 즉위식을 치른 후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고, 경운궁으로 편입된 주변지역은 원래 주인들에게 되돌려주었다. 그리하여 경운궁은 이전의 궁궐의 면모를 잃고 한적한 별궁 정도로 축소되었다.
경운궁이 다시 역사의 주 무대로 등장한 것은 1897년부터이다. 고종이 정동에 있던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했다가, 당시 정궁이었던 경복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경운궁으로 거처를 옮긴 것이다. 고종은 서구 열강들의 공사관, 영사관들과 가까이에 있던 경운궁에 전각 등을 건립한 후 현재 덕수궁과 인접한 곳에 환구단(圜丘壇)을 세우고 대한제국 황제 즉위식을 가졌다.
하지만 대한제국의 정궁이 된 경운궁은 1904년 화재로 대부분의 전각이 소실되고 말았다. 1906년까지 대대적인 중건공사를 시행한 후 1907년 고종은 순종에게 제위를 물려주고 새로 즉위한 순종은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고종은 경운궁에 계속 머물면서 궁호를 경운궁에서 덕수궁으로 바꾸었다.
덕수궁은 조선시대 전통적인 궁궐양식에서 벗어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애초에 월산대군의 사가였던 것을 궁으로 사용하게 된 점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1880년대 경운궁 터에 각국의 공사관이 들어서고, 1897년 고종이 거처를 경운궁으로 옮기면서 비로소 경운궁에는 정궁에 걸 맞는 건물들이 들어섰으며, 또한 일부는 서구양식으로 지어지기도 한 것이 또 다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현재 6만 1,500㎡의 면적에 중화전(中和殿), 석어당(昔御堂), 준명당(浚明堂), 즉조당(卽祚堂), 함녕전(咸寧殿), 덕홍전(德弘殿), 석조전(石造殿) 등의 전각이 있다. 특이한 것은 석조전·정관헌(靜觀軒) 등 서양식 건물이 궁궐 내부에 건립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덕수궁은 전통양식과 서구양식의 건축물이 혼재되어 있어 외세의 물결이 강하게 유입되었던 격동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덕수궁은 1963년에 사적 제124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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